두메이휘:으, 으... (피범벅이 된 척추 뼈를 쥐고 얼굴을 손에 파묻는다. 아직 현실감이 없다. 아프긴, 아팠지...)
하지만 사람은 풍선이 아니죠.
단지 이 풍선을 터뜨리면 사람이 한 명 죽을 뿐입니다.
풍선을 터뜨리면 사람이 한 명 죽게 되어 있으므로 울리는 터져 죽었습니다.
마치 풍선처럼…
하지만 사람은 풍선이 아니죠. 단지 이 풍선을 터뜨리면 사
...
(체력이 초기화됩니다. 이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안전벨트를 꽉 조이세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정답을 도무지 구할 수 없어서,
당신이 겪은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고 또 되짚었습니다.
당신은 과거로부터 계속해서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기억을 회상합니다.
그러나 느껴지는 건 맥없는 우울 뿐입니다.
그러던 중 울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울리 모건스턴: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요. 진상을 듣고 싶으면 이곳으로 오세요.
당신이 어떤 고민을 했든 간에, 당신은 그가 부르는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자 눈부시게 하얀 역광이 쏟아집니다.
빛 속에서 울리는 풍선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두메이휘:('아까의 일로 확신했어. 내가 이와이 슌지 영화에 들어온 건 아니구나. 그나저나, 방금 벌어진 일이 맞나?')
... ... 뭐 해요?
울리 모건스턴:아, 타이주.
돌아보면서 조용히 웃습니다.
울리 모건스턴:이것 좀 불어 줄래요?
빨간색 풍선을 내밉니다.
두메이휘:(멍한 눈으로 바람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풍선을 바라본다.) 왜, 왜...
왜 그렇게 웃어요? 나 아까 별로 좋지 않은 꿈을 꿔서...
울리 모건스턴:(눈썹이 살짝 기울어진다.) 어떤 꿈요? 많이 별로였나요?
두메이휘:(끄덕거리더니 상대방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풍선을 불었다. 그런 좋지 않은 꿈은 두 번 다시 꾸고 싶지 않다 생각하며...)
(그러나 풍선을 넘겨주진 못하는 것이었다. 두메이휘는 계시에 약했다.)
부풀어오르는 풍선을 기대감을 담은 눈으로 봅니다. 마카의 뚜껑은 이미 열어뒀군요.
울리 모건스턴:?
풍선을 건네주지 않자, 마카를 든 손을 내밉니다.
울리 모건스턴:쓰고 싶은 말이 있어요? 타이주가 할래요?
두메이휘:(주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히죽 웃으며 마카를 쥐어줍니다.
두메이휘:(풍선을 본인의 허리춤 뒤에 숨기고 천천히 팔을 내밀어 마카를 집었다.)
(그런데, 쓰고 싶은 '말' 이 있었나? 그리고 싶은 게 있었던 것 같기도...)
여기에 뭘 쓰고 싶었어요. 울리... ...?
울리 모건스턴:으응? 그야 당연하죠. 단순한 농담이에요.
"이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습니다."
울리는 미미한 리듬을 담아 노래하듯이 읊습니다.
두메이휘:(힘없이 웃는다.) 어떤 순간에서도, 어떤 이유라도 그런 농담은 상대를 가리며 하는 게 좋아... ...
(저만치 거리를 두고 쭈그려 앉아 그를 선 자리에서 부른다.) 아까 당신이 똑같은 말을 하고, 멋대로 내 앞에서 죽어버리는 꿈을 꿨어요... ... 그런데 그럴 리 없잖아요. 당신은 몇 번이고 죽어 보려 했는데 잘 안 됐고, 그래서 내가... 내 손으로...
... ... 하겠다고 했는데. 그럼 뭔가 잘 안 맞잖아요. 적은 대로 될 것 같잖아요...
울리 모건스턴:(부르는 대로 온순히 걸어간다.) 하지만 타이주... (입가에 걸린 미미한 호선과 달리 꺼질 듯이 속삭이는 어조. 굽어본다.) ...그건 그냥 꿈일 뿐이에요. 타이주가 원하는 걸 적으면 이루어질 거라 믿는 게 "계시" 아니에요?
메이휘가 몸 뒤로 숨긴 풍선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면, 흰 머리카락이 함께 늘어집니다.
울리 모건스턴:타이주가 뭘 쓰는지 보고 싶어요.
두메이휘:(한참을 침묵하다 한숨을 쉬며 마카를 집은 손으로 무언가를 써내리기 시작한다. 써내려가며 중얼거린다.) 가오슝엔 말예요.
풍선은 아니고, 이렇게 빨간 등불을 원소절에 다 함께 날리는 축제가 있거든.
그때... 어떤 사람들은 등 속에 소원을 썼어.
울리 모건스턴:타이주도요?
두메이휘:응. 나도... ...
나는 계시나 미신 같은 걸 잘 믿잖아. 뭘 적었을 것 같아요?
울리 모건스턴:타이주에게 중요한 거...음, 잘 모르겠어요. "저랑 타이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요."
두메이휘:(그러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며 울먹거린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고민해 봐.
울리 모건스턴:(눈이 마주친다. 그는 사람들이 웃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으로 당신의 음성이 나약하듯이 그는 웃음을 바라면서 눈물을 보면 미처 닦아주지 못하고...) 타이주, 아직도 뭔가가 두렵나요?
두렵지 않게 해달라고 쓸 거예요?
두메이휘:(그가 두 번째 대답에서 정답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두메이휘는 늘 등불에 대고 적은 소원은 간절하지 않은 것이었다. 등불이 높게 올라가다가 풍선 같은 모양새는 아니어도 힘을 잃고 허공에서 무너지는 것을 몇 번이고 보았다. 인파에 밀려 등불의 주인을 알 수 없었다. 그게 나의 것이라면 문제가 됐다.)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소원이 있다면, 나 같은 사람들은 그런 곳엔 일어나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걸 적어요... ...
그러면 두렵지 않으니까.
울리 모건스턴:(왼손을 내민다. 셋 중 가장 두꺼운 손가락 바닥이 메이휘의 눈가를 쓸어내린다.) 그럼 일어나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걸 적어요, 타이주.
괜찮아요. 이건 전부 농담이고...빨간색은 길한 색이잖아요.
두메이휘:(눈물을 뚝뚝 흘리며 적느라 조금 번진 문장의 내용은 이것이다.) ['이 풍선을 터트리면 울리 모건스턴과 타이주가 어디로든 떠나는 기차가 온다.']
울리는 그 문장을 내려다봅니다.
글자가 아닌 이미지를ㅡ둘은 같은 것이 아닌가요?ㅡ눈에 담듯이 천천히 깜빡이고,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은색 바늘을 집어...
풍선이 터집니다.
두메이휘:... ...
풍선이 터지고, 고무 조각과 함께 반짝이는 콘페티가 휘날립니다.
울리 모건스턴은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두메이휘의 옆에.
먼 곳에서 전주가 들려옵니다. 누구의 노래인지 알 수 없는.
섞이듯이, 차륜 소리가 울리고...
두메이휘:(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콘페티를 온 머리에 맞으며 서럽게 운다.)
울리 모건스턴:남자는 메이휘의 어깨를 안고 쓸어줍니다.
모래폭풍이 휘날리는 TV, 파이프라인과 급수대, 장비 저장고와 세탁실, 주방...
소파에 앉은 울리가 물어봅니다.
울리 모건스턴:타이주, 어째서 올라타는 건 이렇게 힘이 들까요...
두메이휘:(들썩이는 어깨가 조금씩 잠잠해진다.) 다- 당신은 웨이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올라타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갈 태우는 사람이었으니까...?
울리 모건스턴:조종사들도 기차 정도는 타요, 타이주.
금발의 남자아이가 TV화면을 쳐다본 채 말합니다.
어느새 당신은 머리카락이 정수리에 가깝게 높이 묶였다는 것을, 목덜미 위에서 말총처럼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울리 모건스턴:버스도 타고요...
두메이휘:(콘택트렌즈가 없으면 조금 희미했던 시절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구나. 그쪽 조종사였네요.' 앳된 얼굴로 웃는다.)
그럼 더 열심히 달려야겠네...
울리 모건스턴:네. 어쨌든 열심히 달려서...뭐든 잡아타면.
두 사람이 앉은 좌석이 옆으로 달려갑니다.
울리 모건스턴: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아요.
울리는 그렇게 말하고 웃습니다.
흰 머리 아래 흉터가 웃는 모양에 따라 이지러집니다.
두메이휘:(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 분명 여기에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
울리 모건스턴:있죠, 모든 인간은...
풍선에 열광한대요.
타이주도 그렇다고 해주세요.
두메이휘:...그쪽은? (울리는, 너는, 당신은... 여러 호칭을 입에서 굴려 보다가 말았다.)
좋아했어요? 풍선. 놀이공원 파란 하늘에 손 놓쳐서 알록달록한 수십 개가 올라가는 풍경 같은 거...
울리 모건스턴:물론 저도 그렇죠. 태어났고, 사람인걸요!
그런데 당신, 기억하고 있나요?
이곳에 어째서 오게 되었나요?
당신은 여전히 미래로 가는 존재인가요?
당신은 어떤 과거로부터 온 것인가요?
오랫동안 당신을 의문스럽게 만들었던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정답을 도무지 구할 수 없어서, 당신이 겪은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고 또 되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