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섬유 사이로, 눈이 나쁘면 놓칠지도 모르리만치 희미하게 희고 아름다운 빛이 비쳐나옵니다.
쉬웨이리:양손 엄지로 틈새를 벌려 빛이 나는 곳에 다시 입을 맞춥니다.
어쩌면 가장 농염하고 깊은 키스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살 사이로 파묻힌 빛에 닿기 위해, 입술과 혀로 핏물 사이를 헤집어야 했을 테니까요.
어느 순간 당신을 끌어당겼던 욕망처럼, 들이밀고 찢으며 파고들어서야...
입술이 맞닿고 다시 떨어집니다.
입과 입이 떨어지는 순간, 세계가 수정 조각처럼 부숴져 내립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명확한 중력이 있는 세계에서 바닥이 닥쳐옵니다.
웨이리, 이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았나요?
또 이 남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울리 모건스턴:날 수 없어요, 웨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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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웨이리:울리의 말을 듣고 '새'로 변하는 것을 시도해 봅니다. 그건 음식을 씹는다는 것이 턱을 아래로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는 과정이라거나, 앞으로 달린다는 게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빠르게 움직이는 행위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자연스럽고 반사적인 경험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웨이리는 왼발과 오른발, 턱관절과 치아처럼 새의 날개를 잃었습니다.
그 남자가 날 수 없다고 외친 것처럼, 그 지긋지긋한 새는 당신 곁에 없습니다.
기쁜가요? 이것이 웨이리가 그토록 바랐던 추락인가요?
3분 내로 이동하지 않으면 PC와 KPC 전원 로스트.
쉬웨이리:'아니지, 달라. 난 벗어난 거야. 자유로워진 거라고...'
허우적거리며 떨어지는 와중에도 더듬거리며 팔을 뻗습니다. 닥치는 대로, 뭐든 붙잡아야 하니까요. 여기에 로맨스는 없습니다. 울리의 머리털을 붙잡고, 사냥에 성공한 원시 부족처럼 그의 머리통을 잡아당깁니다.
"할-게-요!"
거친 바람이 귓가를 휙휙 스치고, 웨이리는 가까스로 울리를 끌어당겨 입술을 겹쳐 뭅니다.
피와 살의 맛을 채 잊기도 전에, 건조하게 갈라진 입술 위로 새 비린내가 돋아납니다.
어쩌면 깨물어 뜯어버렸는지도 모르죠, 땅은 무자비하게도 아래로, 바람은 매섭게도 위로 치솟는걸요.
하늘은 어둡던가요? 구름이 꼈던가요?
쉬웨이리:'알 게 뭐야!'
모나코에는 햇볕이 내리쬐고, 모스크바에는 비가 내리나요?
알 수도 없고, 알 바도 아닙니다!
오직 입맞춤으로 세계가 부서지는 것, 그것만이 웨이리의 머리를 감싸고 돕니다.
콘크리트 바닥이 코앞에 닥쳐온 순간, 입과 입이 떨어지는 순간...
세계가 수정 조각처럼 부숴져 내립니다.
눈을 뜨자 당신은 돌로 이루어진 방에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하나같이 낡고 오래된 가구며 벽이 보이지만, 적어도 당신을 낯설게 만들지는 않는 친숙한 느낌입니다.
마치 심심풀이로 정주행한 넷플릭스의 시대극 시리즈에서 봤던 것처럼, <튜더스>나 <위쳐>에 나왔던 것처럼…
"울리! 어딨어요? 매번 찾게 만들다니 매너가 꽝이에요! 나한테서 이런 말을 듣는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요!"
웨이리가 있는 방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긴, 성이잖아요?
방이라면 지겨울 만큼 있죠. 찾아볼까요, 웨이리?
쉬웨이리:그럴까나~
물론 문명이나 스피드와는 거리가 먼 고성은 그다지 웨이리의 취향은 아니지만...
방을 나서서 다른 방에 울리가 있는지 찾아보기로 합니다.
웨이리는 방을 나와 고성을 돌아봅니다.
어느 방이고 얼추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물론 하나하나는 제법 다르겠지만, 적어도 웨이리의 눈에는요.
높고 묵직한 창, 시대가 제각각이지만 고색창연한 것만은 똑같은 가구들, 그리고 먼지...
사람이 사는 곳이긴 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쯤 한 방을 들여다봅니다.
검은 철로 된 창틀보다 더 무거워 보이는 테이블 위에 과일이 놓여있고,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웨이리가 찾던 그 모습입니다.
쉬웨이리:"울리 존 모건스턴!"
짐짓 엄숙하게 풀네임을 부릅니다.
?:"?"
"어떻게 여기로 들어왔죠?"
쉬웨이리:"왜 자꾸 단독 행동 해요? 그건 내 역할이라고요!"
웨이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뜹니다.
경계하는 눈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쉬웨이리:"어떻게 들어왔냐고요? 그냥 그렇게 되던데요!"
?:"어떻게..." 같은 말을 반복하려다 그는 입을 다뭅니다.
"아니에요, 됐어요. 그보다 어디서 왔죠?"
쉬웨이리:빤히 쳐다보다가 대뜸 되묻습니다.
"당신 혹시 울리의 사악한 일란성 쌍둥이예요?"
남자의 미간이 명백하게 짜증난다는듯이 일그러집니다.
?:"이름. 그리고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요."
쉬웨이리:"싫은데요!"
?:"그럼 여기서 나가줘야겠어요." 방문을 가리킵니다.
쉬웨이리:"잠깐만요. 입 벌려 봐요."
입을 다문 채 쏘아봅니다.
쉬웨이리:"알겠어요, 알겠다고요!" 항복한다는 듯 양손을 펼쳐보입니다.
"나는 쉬웨이리고, 어디서 왔냐는 아슬아슬하게 인종차별적인 질문이지만, 일단 당장은 뉴욕에서 왔어요."
?:"그곳에서 태어났나요?"
쉬웨이리:"그게 왜 궁금해요?"
?:"묻는 말에 답해요. 어디에서 태어났죠?"
쉬웨이리:취조당하는 건 유쾌하지 않습니다. 인상을 찌푸립니다.
"아뇨."
남자는 한동안, 정말로 취조라도 하는 것처럼 웨이리를 쏘아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살짝 시선을 누그러뜨립니다.
?:"그럼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이곳은 내 집이니까, 방문객의 정체 정도는 물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쉬웨이리:"여기 살아요? 왜요? 어떻게요? 이 성을 혼자 다 써요?"
?:"새 집을 사긴 귀찮아서요. 쓸데없이 방문하는 사람도 없고...보통은요." 권하듯이 의자를 가리킵니다.
쉬웨이리:가리키는 곳에 순순히 앉습니다.
"저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오늘 아침에 울리가, 그러니까 울리가 누구냐면 당신이랑 똑같이 생긴 제 직장 동료인데요, 그 남자가 갑자기 입 안에 뭐가 났다면서 들여보라길래 봤는데..."
가만히 웨이리가 설명하는 것을 듣습니다.
쉬웨이리:설명하다 흥미가 떨어졌는지 화제가 달라집니다.
"근데 그러면 당신은 여기서 뭘 하면서 지내요? 옛날 사람들처럼 물레를 돌리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요?"
"보아 하니 텔레비전도 없을 것 같고, 만화책도 없고, 게임기도, 그냥 재밌어 보이는 건 하나도 없는데요!"
?:듣다 말고 웃음을 보입니다. 앉은 채로 주머니를 뒤져 조금 오래된 모델의 스마트폰을 꺼내 내밉니다.
"인테리어만 보고 편견을 가지지 말아요, 쉬 씨."
쉬웨이리:"웨이리요."
끼어들어서 정정해 줍니다.
"그래요, 웨이리 씨..."
남자는 질문에 답합니다.
?:"우물은 없고 물레도 없어요. 심심하면 TV나 스마트폰을 보고, 밖에서 산책도 하고...그러고 보내죠."
쉬웨이리:"혼자서요?"
산책이란 말에 뭔가 깨달았는지 연달아 묻습니다.
"그럼 아까 바다에서 나랑 수영한 것도 당신이에요?"
?:"내가 좀 흔하게 생기긴 했는데...거기 사는 것들 중 닮은 게 있을 줄은 몰랐네요."
"당신 동료랑도 닮았다고 했고. 그 사람은 여기 안 왔어요. 왔다면 내가 알았겠죠."
쉬웨이리:"그럼 어떡해요?"
?:"글쎄요, 동료라니 찾아서 가야겠지만...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는 모르겠군요."
"아침에 입에 뭐가 난 동료랑...어째서 치과 대신 여기로 왔죠?"
쉬웨이리:"저도 몰라요. 그게 바로 세상의 신비죠!"
"어쨌든 이제 입 한 번 벌려보지 않을래요?"
입가를 비죽 들어 웃곤 가볍게 벌립니다.
구강을 가득 채운 투명하고 모독적인 빛은 보이지 않습니다.
쉬웨이리:'시시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잊고 노골적으로 실망한 기색으로 한숨만 푹 내쉽니다.
?:"동료랑 같은 충치라도 있길 바랐나요?"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조금 즐거워하는 듯한 눈치입니다.
쉬웨이리:"뭔가 아는 게 있나 봐요? 그쵸? 그런 것 같은데?"
물고 늘어집니다.
?:손을 가볍게 흔듭니다. "아뇨, 몰라요. 난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도 알려주지 않았고,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왔는지도 들려주지 않았죠."
"하지만 뉴욕으로 돌아가는 법은 알아요."
쉬웨이리:"알려줘요!"
?:"배가 들어올 때 타고 도시로 나가요. 그곳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됩니다."
쉬웨이리:그 말을 듣고는 눈을 깜빡입니다. 조금 놀란 듯한 눈치입니다.
"음... 그러니까..."
너무 정상적인 방법이잖아요.
"여긴 미국이에요?"
?:"아뇨, 여긴 구대륙이에요."
쉬웨이리:"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그리고 떠오르는 모든 유럽의 국가명, 내륙에 있어 바다와 닿지 않는 곳까지 전부)"
?:"스코틀랜드."
"여기까지 온 건 당신이잖아요. 어떻게 행선지를 모르고 배를 타요?"
쉬웨이리:"그럴 수도 있죠. 모험을 즐기는 사람은 때때로 공항이나 선착장에 가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표를 달라고 하기도 하는 법이거든요! 이번에는 그런 경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 혼자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식사했어요?"
"양치질은요? 언제 마지막으로 했어요?"
?:"양치질은 아침에 했죠. 식사는 아직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과일 접시를 가리킵니다.
"배고프면 먹어도 좋아요."
쉬웨이리:"고맙지만 배는 아직 안 고파요!"
"난 당신 이름도 모르고, 지금 내가 할 말은 아마 정말 이상하게 들릴 테지만, 혹시 키스해도 돼요?"
?:"네?"
쉬웨이리:"돼요?"
"인공호흡 같은 거라고 치고요."
?:"설명이...필요할 것 같은데요."
쉬웨이리:수학 과제를 받은 것처럼 귀찮고 싫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굳이 설명이 필요해요?"
"난 어느 나라에서나 법적으로 성인이고,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거나 호모포비아인 게 아니라면 그냥 한 번 하면 안 돼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깜빡입니다. 애매하게 답합니다.
?:"상관은 없지만...네...참나."
"눈 감으세요."
쉬웨이리:눈을 감는 게 딱히 취향은 아니지만 더 딴지 걸었다가는 안 해줄 것 같아서 고분고분하게 감습니다.
?:몸을 일으키고, 건조한 손가락 끝이 웨이리의 턱을 가볍게 잡습니다. 입술이 맞닿지만 침범해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가볍게 떼어내며 말합니다. "더 해야 돼요?"
쉬웨이리:"네! 사나이답게 굴어요!"
?:그 말에 가늘게 쏘아보고는ㅡ웨이리가 눈을 감고 있다면 그런 줄도 몰랐겠지만ㅡ입술을 부딪히듯이 맞댑니다. 피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깨물어 벌리고, 물컹한 온도가 밀려들어옵니다. 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필요 이상으로 꽉.
쉬웨이리:어쨌든 이 얼굴을 한 남자와의 키스는 단 한 번을 제외하면 늘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적당히 혀가 섞이면 슬그머니 눈을 뜨고 갑자기 고성의 바닥이 무너진다거나, 그래서 싱크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뻔한 웨이리의 목덜미를 '진짜' 울리 모건스턴이 붙잡아 주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확인합니다. 바다에서처럼요.
세상은 수정처럼 부서지지 않습니다. 핵을 부수지 않은 던전처럼 견고합니다.
미지근한 체온이 올라가고, 체액이 뒤섞이는 동안...얄미울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동료를 닮은 남자가 먼저 입술을 뗍니다.
?:"이제 만족했나요?"
쉬웨이리:'이 남자는 울리를 모르지만, 놀라우리만치 그와 닮았어. 저런 미적지근한 태도 말이야.'
'그나저나 울리는 어디 간 거지? 그대로 사라져 버린 걸까? 마하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해? 그의 어머니와 하나뿐인 친구에게는?'
'지금이라도 저 사람의 머리를 내리쳐서 기절시키고 끌고 갈까?'
'...'
팽팽하게 돌아가는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웨이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요! 물론 나비 효과처럼 우리가 키스한 탓에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태풍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요."